심의, 인증, 승인, 평가, 기준, 협의, 검토, 인가, 자문, 허가…
이전 글에서 건축관련 법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다양하고 복잡한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수십가지 법규를 검토하고 반영하였다고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도 아니다. 설계기간 중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인허가’로 통칭되는 여러 인증제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지의 지역지구, 건축물의 용도, 규모, 발주처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건축인허가 단계에서 받아야하는 인증제도들이 달라진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다중이용건축물의 경우나 공공건축물의 경우, 기본적으로 받아야할 인증제도들이 훨씬 늘어난다. 건축은 사회 공동의 재산이므로,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 검토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나, 인증내용이 중복되거나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건축관련 인증제도
지난 2018년 3월 16일 건축문화신문에서는 ‘건축관련 인증제도 어떤 게 있나…한눈에 보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각 인증 및 제도의 근거 법령과 시행일, 대상, 수수료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건축설계 실무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2021년 11월 4일 건축사신문에서 동일한 내용을 업데이트한 기사를 싣기도 하였다.
건축문화신문, 2018년 3월 16일, 정책포커스
건축사신문, 2021년 11월 4일 , 정책포커스 2021 건축 관련 인증·제도 정리
또한, 서울건축사신문에서는 2019년 3월호 특집으로 ‘건축사 자격 취득자를 위한 손에 잡히는 법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건축설계절차를 보기쉬운 표로 정리하고, 관련된 법령을 주제별로 구분한 자료로 건축사 자격 취득자 뿐만아니라 건축설계인 모두에게 매우 도움이 되는 자료이다.
서울건축사신문 2019년 3월호 특집 ‘건축사 자격 취득자를 위한 손에 잡히는 법령’ 3페이지 중 1페이지
이와 같은 건축관련 인증 및 평가제도들은 각각 관련 법에 의해서 현대사회에서 건축물에 꼭 필요한 기준들을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관련부처 및 부서가 다르고, 하나의 제도마다 상당한 비용과 노력과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설계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심의위원의 개인 의견에 따라 설계안을 크게 흔드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건축허가 및 심의절차 선진화 방안 연구’,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19년 6월 발행
이러한 불합리하고 과도한 인증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든 위 과정들을 통합하고, 간소화하려는 변화의 노력이 없이는 건축설계분야가 노동집약적 분야에서 벗어나기 힘들지 않을까. ‘건축의 임의규제 및 부적합한 조례 등을 개선하여 건축투자활성화에 기여한다. ‘는 목표로 2014년부터 운영중인 ‘건축규제모니터링센터’에 접수된 의견은 지난 8년간 겨우 46건에 불과하다.
건축규제 모니터링센터 http://armc.auri.re.kr/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공공건축물은 위의 인증제도 중 가장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렇게 험난한 단계를 거쳐 실시설계까지 완료된 프로젝트의 수천장의 도면들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종종 목도한다. 엄청난 세금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집약된 설계안을 단숨에 무시해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며, 언제까지 방관해야하는가. 지어지는 건축물에는 건축사가 무한 책임을 지는데, 지어지지 않는 건축물에 대한 책임은 왜 아무도 묻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