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 전부터, Archicad를 메인 툴로 전환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건축 프로젝트의 특성상, 하나의 프로젝트에도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동시에 몇 개가 물려있다보니 단기간에 메인 툴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 또는 회사에서 처음 접한 툴에 익숙해지고, 그 툴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가장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내 경험으로는 국내에서 지난 10여년간은 스케치업+오토캐드가 그 중심에 있었고, 그 두가지 프로그램의 활용법의 발전이 국내 건축설계 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국내 현상설계 공모에서는 렌더링하지 않은 ‘스케치업’ 모델링뷰를 제출하라는 기준을 표준으로 삼는다.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앞으로도 당분간은 쉽게 변하지 않을 이 견고한 조합에서 이탈하여, 필자는 현재는 Archicad을 중심으로 주변과는 조금은 다른 도구로 설계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 선택에 대해 매우 많은 리스크가 있을 것 같다는 우려가 많지만, 경험상으로는 딱 한가지 리스크에 수렴한다.

협업의 제한에 따른 생산성의 정체

남들은 다 .dwg의 오토캐드 파일과 .skp의 스케치업 파일을 쓰는데, 나만 .pln의 아키캐드 파일을 씀으로 인한 불편은 오로지 협업의 경우에 발생한다. 문제는 건축이라는 분야는 100% 협업이 발생하는 분야이고, 아직까지는 각종 협력설계사(구조, 토목, 조경, 기계, 전기, 소방, 통신 등)와의 협업에서 .dwg 파일을 통해서 소통하지 않으면, 아주 많은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를 참아내야한다. 이는 프로젝트 전체를 봤을 때는 또다른 의미의 비효율을 낳을 수도 있다.

또한 모든 건축도면을 혼자 다 그리는 1인 건축사사무소를 지향하는 몇몇 사무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건축가 또는 직원들과 협업하여 같이 도면을 그려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dwg 파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당분간, 어쩌면 평생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건축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스케치업에서 .skp 파일로 작업해 놓은 모델링의 각종 셋팅(컴포넌트, 그룹, 레이어, 재질, 뷰, 빛 등)과 아키캐드에서 .pln 파일로 작업한 사항이 서로 호환될 수 없으므로, 수십수백시간 동안의 순간 순간의 선택은 모두 뭉개버리고, 단지 껍데기만(표피)을 공유하는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

통합된 설계도구 활용을 통한 생산성 극대화

그러므로 .dwg와 .skp 중심의 환경에서의 호환성을 포기하고 .pln을 쓴다는 것은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한 것이고, 왠만한 장점이 있지 않고서야,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인 설계툴의 변화를 시도하는 진짜 이유는 '생존'이다. 필자의 주 활동무대인 소규모 건축시장에서 (필자가 건축을 전공한 2002년 이후로) 설계비의 변동이 거의 없다. 각종 인증, 심의등 행정처리 업무는 확실히 더 늘어나고 있고, 인건비, 공사비, 세금, 인증비, 임대료, 택시비, 버스비, 밥값, 커피값 등 다른 비용들은 다 올랐지만, 설계비는 거의 제자리이다. 그렇다면, 건축설계분야에서 생존하는 방법은 '업무효율', '업무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 찾은 방향은 도면, 모델링, 프리젠테이션, 문서 등 설계 진행간 벌어지는 여러 과정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이끌어 감으로써 설계생산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이틀 했던 일을 하루에, 그리고 반나절에, 그리고 한시간에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더 여유롭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더 건강하게 건축설계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시간대비 효율, 시성비는 곧 건강한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손으로 그리든 발로 그리든, 연필로 그리든 프린트를 하든, 종이에 출력하든 화면으로 보든, 건축가가 그리는 건축도면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은 시공자가 시공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릴지는 온전히 건축가의 몫이다. "**협업의 제한에 따른 생산성의 정체"**를 극복하고 시성비 높여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것은 요즘의 건축 설계인들에게는 아주 아주 중요한 문제이고, 필자 역시 아직도 그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중이다. 그동안 BIM설계도구(Archicad)를 활용했던 여러 시도를 정리하여, 시간순으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1. 한옥주택 프로젝트 (2015년)

    한옥 도면은 일반적인 건축도면보다 도면양이 많고 복잡하다보니, 설계가 일부만 수정되더라도 도면수정량이 매우 많다. 또한, 부재들이 곡선이 많고 3차원으로 설계해야만 파악되는 부분들도 많아 도면화가 쉽지않아 3차원가 꼭 필요했다. 한옥과 같이 부재들의 조합으로 된 가구식 구조는 BIM을 적용한 설계가 더 적합하다. Archicad를 활용했던 첫번째 프로젝트여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모든 목구조 부재들과 기와 한장까지 모델링하여 도면화까지 진행되었다.

https://s3-us-west-2.amazonaws.com/secure.notion-static.com/bf138e70-fc8b-489d-ab30-7ebf780e35ba/_2016-08-23__2.41.21.png

https://s3-us-west-2.amazonaws.com/secure.notion-static.com/fc0faba5-79dc-4f98-a7ac-703725db63a0/NUHA268_-_Picture__1.png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

Untitled